테네브리즘 기법으로 유명한 카라바조와는 2007년 봄학기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인 김상근교수로 부터 처음 만나게 되었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아름다움을 이끌어낸 카라바조, 그의 그림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흥미롭게 읽었던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의 한 구절을 적어 내려가고 한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는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에 대한 해석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요즈음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해석은 다윗이 들고 있는 칼의 의미로부터 출발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칼 등에 새겨져 있는 문양의 해석과 연관된 이론이다. 전통적으로 칼 등에 새겨져 있는 이름은 칼을 만든 장인이나 칼의 소유주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에 등장하는, 칼 등에 새겨져 있는 라틴어는 '시편'에 대한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의 주식의 일부임에 밝혀졌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시편'에 "다윗이 콜리앗을 물리치고 예수가 사탄을 물리쳤듯, 겸손함으로 교만함을 무찔러야 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적장을 죽인 소년 다윗의 모습이 환희에 찬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라 슬픔이나 무심의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란 설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원수의 목을 베었지만, 승리자 다윗은 오히려 동정심에 사로잡혀 있는 표정이다. 승리는 역설적이게도 그에게 슬픔을 안겨다 준 것처럼 보인다. 골리앗이 교만의 화신이었다면 다윗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평생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교만에 차 있던 카라바조 자신의 슬픈 자화상일 수도 있다.
카라바조의 마지막 작품을 철저한 자기성찰을 담은 것이며 불합리성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는 인간성에 대한 이해였던 것이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p332~334 에서 발췌-